1. 서 론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의 물결은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에 기초하여 제조업의 생산성을 증진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 하의 최적화 기술을 활용함으로서 기계와 사람, 인터넷 서비스가 상호 연결되어 가볍고 유연한 생산체계를 구현하고 개별 소비자의 기호에 맞춘 제품이나 서비스를 대량 생산하는 것이 가능한 생산 패러다임으로의 진화라고 할 수 있으며(Kim and Lee 2016), 과거의 산업혁명과는 달리 제조업의 범주를 넘어서 금융, 유통, 서비스, 교통 등 전 산업 분야가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y)에 의해 대대적으로 재편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헬스케어 분야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변화하고 있다. 즉,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바이오기술 등은 건강정보의 생성과 획득 비용을 낮추어, 생애주기에 걸친 건강 빅데이터 구축이 가능하게 함으로써 개인의 건강관리의 맞춤화 및 일상생활에서의 건강관리를 가능하게 하며, 질병에 대한 보다 섬세하고 정밀한 진단 및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이와 같은 헬스케어 산업의 활성화는 국민건강증진 및 의료비 부담 완화 등에 기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헬스케어산업 생태계에 참여하게 되는 의료기관, 전자업체, 통신업체, IT기업, 건강관리서비스업체, 보험회사 등에게 새로운 사업 확장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서비스는 헬스케어 생태계 참여자들이 소비자의 건강정보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나, 이는 대중으로 하여금 개인정보 오남용 및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느끼게 할 수 있다. 최근 수년 동안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사고와 보이스피싱 및 각종 금융사기 피해를 겪어온 우리나라 국민들은 전반적으로 기업의 개인정보 활용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Kim and Yeo 2017). 그 결과, 세계적으로도 강력한 수준의 개인정보 보호 규제가 시행되어 왔으며, 이는 헬스케어 관련 산업의 혁신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 결과, 헬스케어 산업에서 최고의 선도국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의 경우 GDP 대비 16%인 약 2조 2,000억 달러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GDP의 8%인 약 90조원을 기록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박세환 등 2017).
그러나 헬스케어 산업의 활성화로 인한 사회적, 개인적 이득은 매우 크기 때문에 관련 제도와 규제를 정비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ICT융합 의료·헬스케어 산업을 국가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의료현장에서의 빅데이터 활용 촉진, 개인의료·건강정보의 통합적 활용 허용, 데이터헬스 계획을 통한 기업 및 보험회사의 건강·예방대책 강화를 실행함으로써 세계 최첨단 건강입국이라는 ‘재흥전략 2016’의 10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KIDI 2017). 이에 우리도 프라이버시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과 우려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법과 제도를 개선하여 관련 산업의 혁신을 빠르게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우리는 연구질문을 도출하게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요인에 의해 자신의 건강정보를 제공하고 그 정보를 활용하는 것에 동의하게 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우리는 커뮤니케이션 프라이버시 관리이론(CPM)에서 프라이버시 경계(privacy boundary)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확장된 프라이버시 계산 모형에 적용하여 새로운 모형을 만들어 연구 가설을 검증하고자 한다. 아울러, 우리보다 앞서 헬스케어 산업의 발전을 이루고 있는 미국의 선행연구 결과와 비교해 봄으로써 문화와 역사적 배경이 다른 두 국가 간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의 헬스케어 산업의 발전을 위한 각종 개인정보 보호 및 활용 정책 수립 및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 수립에 참고지표를 제공하고자 한다.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프라이버시 이슈는 개인의 정보공개로 인한 비용(cost)과 이익(benefit)을 고려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타 분야의 프라이버시 이슈와 유사하지만, 공개해야 하는 정보에 내재된 리스크의 본질과 양이 금융, 쇼핑, 공공재 등 일반적 분야와는 크게 다르다. 또한, 건강상태로 인한 감정(emotion)이 개입될 수 있다는 점이 타 분야의 프라이버시 이슈와는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개인의 건강상태로 인한 슬픔, 고통, 공포와 같은 부정적 감정은 개인의 판단과 행동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어 왔으므로 헬스케어 분야에서 프라이버시 이슈를 다룸에 있어서 주요 변수로 포함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Anderson and Agarwal 2011).
본 연구의 목적은 프라이버시 관리 요인들(정보종류, 요청목적, 요구주체)이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동의 의도에 미치는 영향력을 검정하고, 프라이버시 계산 요인들(개인정보침해우려, 전자매체신뢰, 부정적 감정)이 개인의 건강정보제공동의 의도에 미치는 영향력과 이들 관계에서 프라이버시 관리 변수들(정보종류, 요청목적, 요구주체)의 조절영향을 검정하는 것이다. 정보종류는 일반정보, 유전정보, 정신질환정보로 구분하고, 요청목적은 마케팅목적, 연구개발목적, 그리고 환자케어목적으로 나누었다. 정보 요구주체는 병원, 제약회사, 정부 및 공공기관, 그리고 생명보험회사로 구분하였는데, 이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새로운 헬스케어 생태계에서 보험회사의 역할이 기대되고 있는 바, 보험회사가 정보를 수집하거나 활용하고자 할 때 소비자들의 건강정보 제공의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관찰하기 위함이다.
본 논문은 다음과 같이 전개될 것이다. 2장에서는 이론적 배경, 특히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관한 인식을 다룰 때 주로 사용되는 프라이버시 계산이론 및 커뮤니케이션 프라이버시 관리(CPM) 이론과 건강상태에 따른 감정이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살펴볼 것이다. 3장에서는 연구모형 및 우리가 수립한 가설과 이를 검증하기 설문지의 개발 및 데이터 수집에 관해 설명할 것이다. 4장에서는 우리가 수행한 연구의 결과에 대해 소개하고 각각의 결과가 의미하는 바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5장은 결론으로서 본 연구결과가 가지는 이론적 시사점과 실무적 시사점 및 연구의 한계를 제시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2. 이론적 배경 및 선행연구
2.1 Privacy Calculus Theory
프라이버시는 개인의 정보 공개와 관련하여 광범위하게 연구가 진행되어 온 주요 개념 중 하나다. 프라이버시에 대한 정의는 적용되는 분야에 따라 다양하지만, 프라이버시를 ‘자신에 대한 정보를 컨트롤 하고자 하는 개인의 욕구’이라고 한 Bélanger and Crossler (2011)의 정의가 보편적으로 사용된다(Sun et al. 2015).
프라이버시 계산이론은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관한 인식과 행동 사이에 작용하는 서로 상반된 요소들 간의 효과에 대해 연구할 때 주로 사용되는 방법론이다(Li 2012; Culnan and Armstrong 1999; Dinev et al. 2008; Laufer and Wolfe 1977). Vroom(1964)에 의한 기대이론(Expectancy Theory of Motivation)에서 주장하는 바와 같이, 사람들은 자신의 개인 정보를 제공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비용(cost)과 이익(benefit)을 함께 고려하게 되고, 이것을 privacy calculus라고 한다(Culnan and Armstrong 1999) 즉, 인간은 자신의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얻게 될 이익과 프라이버시 침해에 따르는 부정적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하여 정보를 제공할지 혹은 제공하지 않을지의 의도를 형성하게 된다고 보는 것이다.
정보 프라이버시에 있어서는 사람들이 단순히 표면적인 비용이나 이익 뿐 아니라 신념(beliefs)또는 기질(disposition)에 의해 행동을 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이러한 요인들이 비용-이익 평가과정에 반영된다(Li et al. 2011). 정보 프라이버시 분야에서는 리스크가 비용(cost) 부분을 차지하고, 신뢰(trust)가 이익(benefit) 부분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소비자가 자신의 정보를 제공받은 업체가 만일에 발생하게 될 프라이버시 침해로부터 자신을 보호해 줄 것이라고 믿는 경우에는 그 자체를 이익으로 여기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비용으로 여기기 때문이다(Anderson and Agarwal 2011; Li et al. 2011).
과거의 많은 선행연구들에서는 privacy calculus 내의 두 가지 변수인 비용(cost)과 이익(benefit)을 독립적인 것으로 보아 왔다. 그러나, 최근 프라이버시 계산이론을 기반으로 한 연구에서는 비용과 이익이 상호 작용을 한다는 것이 밝혀지고 있다 (Dinev et al. 2012). 즉, 실제로는 리스크도 크고 이익도 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리스크가 크면 이익을 과소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프라이버시 계산이론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의 정보를 제공함에 따라 발생하게 될 비용과 이익을 평가하는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고 본다. Privacy Calculus를 구성하고 있는 비용과 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선행변수들에 대한 후속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효용최대화이론(utility maximization theory), 기대가치이론(expectancy-value theory), 기대이론(expectancy theory of motivation) 등 타 이론들과 결합되어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설명력을 높이고자 하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Li 2012).
2.2 Communication Privacy Management(CPM) Theory
커뮤니케이션 프라이버시 관리이론(Communication Privacy Management Theory; CPM Theory)은 커뮤니케이션 프라이버시 경계이론(Communication Boundary Management Theory)으로부터 발전되었으며, 사람들이 자신의 정보를 공개하거나 혹은 공개하지 않는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규칙 기반 시스템이다(Petronio 2002). CPM이론에서는 프라이버시 경계(privacy boundary)라는 은유적 표현이 사용되는데, 이는 개인정보 공개여부를 결정할 때 정보에 대한 소유권을 개념적으로 표현한 선이다(Anderson and Agarwal 2011). CPM이론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정보를 공개함에 있어서 저마다의 프라이버시 경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는 정보 공개에 따른 인지된 이익과 비용에 따라 유지·조정된다고 본다(Petronio 2002).
Petronio의 CPM이론에서 중요한 점은 개인의 정보 공개에 따른 리스크의 수준에 따라 프라이버시 경계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즉, 사람들은 저마다의 리스크-이익 비율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정보 제공 여부를 결정할 때 리스크의 수준과 타입을 고려하여 의사결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Petronio 2002; Anderson and Agarwal 2011). 이를 헬스케어 분야에 적용하면, 소비자가 제공해야 할 정보의 종류에 따라 리스크의 수준이 다르게 형성되어 프라이버시 경계에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는 개인의 정보제공의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Stanton(2003)은 CPM이론을 업무 현장에 적용하여, 어떤 조건하에서 직원들이 자신의 정보를 관리자들에게 공개할 것인가에 대해 연구하였다. 그는 조직정의(organizational justice) 개념을 기반으로 하여 개인에게 요구되는 정보가 얼마나 조직의 미션에 부합하는지가 프라이버시 경계의 열림과 닫힘, 즉, 정보의 공개 또는 비공개 의사결정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정보 사용 목적에 따라 소비자의 정보공개 의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소비자의 정보공개 의도는 정보 제공을 요청하는 주체에 따라서도 다르게 형성된다. Stone et al.(1983)은 그의 연구에서 정보 프라이버시의 가치, 신념, 그리고 태도는 정보공개 과정에 관여하는 조직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고 하였다. 이를 헬스케어 분야에 적용하면, 개인에게 정보 제공 및 활용 동의를 요청하는 조직 또는 매체에 따라 소비자의 정보공개에 대한 의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소비자가 자신의 건강정보를 제공하려는 의도는 단지 관련된 리스크와 이익에 대한 고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더 복잡한 요소들이 관련되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선행연구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개인은 정보의 종류(information type), 요청목적(requesting purpose), 그리고 요구주체(requesting stakeholder)에 따라 프라이버시 경계를 다르게 함으로써 자신의 건강정보 제공에 대한 의도를 다르게 형성하게 되고 이러한 요소들이 privacy calculus의 변수들 간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2.3 Health Status Emotion
프라이버시와 관련된 개인의 의사결정이 관련된 리스크와 기대되는 이익을 고려하는 인지적 과정을 따른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감정(emotion) 또한 인간의 지각(perception)과 심리를 바꿀 수 있고 따라서 의사결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선행연구들에 의해 밝혀진 바 있다(Bowman et al. 2006; Anderson and Agarwal 2011). Loewenstein(2005)은 사람들이 질병으로 인한 부정적 감정상태가 되는 경우, 자신의 감정상태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게 되고 현재의 감정과 선호도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오류는 현재의 일시적 감정에 의하여 장기적 의사결정을 내리게 한다고 하였다. 또한, Anderson and Agarwal(2011)은 자신의 건강상태에 대해 부정적으로 느끼는 사람들일수록 건강이 더 나빠지는 것을 쉽게 상상하게 되어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 상황을 회피하고자 하여 건강정보를 더 쉽게 제공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상반된 연구결과도 있다. Bansal et al.(2010)의 연구에서는 개인의 건강상태가 나쁜 경우, 건강정보에 대한 민감도가 증가하게 되고 건강정보 프라이버시에 대한 우려를 증가시켜서 결과적으로 건강정보 제공의도를 저하시킨다고 하였다. 이들은 고용기회 또는 사회적 입지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을 염려하여 건강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높을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겠다.
질병 등으로 인한 부정적 감정이 자신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정(positive)의 영향을 미치는지 부(negative)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향후 본 연구에서도 다룰 것이다. 결과가 어떻게 도출되든 간에 사람들의 건강정보 제공의도는 인지적 과정 뿐 아니라 건강상태에서 기인한 인간의 감정에 의해서도 영향 받는다는 주장은 설득력 있어 보인다.
3. 연구 방법
3.1 연구모형
본 연구는 프라이버시 계산모형과 CPM이론, 그리고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서 감정(emotion)의 영향을 바탕으로 개인이 자신의 건강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의도 형성에 관한 것으로서, <그림 1>은 우리의 개념적 모형을 보여주고 있다.
연구의 핵심이 되는 종속변수는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intention to disclose PHI)이다. Privacy Calculus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로는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우려(privacy concern)와 전자매체에 대한 신뢰(medium trust)를 포함하였는데, 이는 새로운 헬스케어 패러다임에서는 개인의 건강정보가 전자적인 방법으로 생성, 저장되고 공유될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선행연구들이 Privacy Calculus에 이 두 가지 요인이 포함되어 있다고 보고, 이 두 가지 변수가 개인의 정보제공 의도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는데 집중해 왔지만, 우리는 여기에 개인의 건강상태로 인한 부정적 감정(negative emotion)을 포함함으로써 기존의 Privacy Calculus를 확장하였다.
우리는 헬스케어 분야에서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는 Privacy Calculus 뿐 아니라 훨씬 더 복잡한 과정을 따른다고 보았다. 이에, 선행연구에서 살펴본 CPM 이론의 프라이버시 관리변수들이 개인정보침해우려 및 전자매체신뢰와 건강정보 제공의도 사이에 조절변수의 역할을 한다고 보았을 뿐 아니라, 직접적으로도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CPM에서는 공개하고자 하는 정보의 리스크 수준에 따라 프라이버시 경계가 달라진다고 설명한다. 이를 헬스케어 분야에 적용해 보면, 건강정보의 종류에 따라 공개의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정보의 종류(information type)를 일반정보, 유전정보, 정신질환정보로 구분하였고, 정보를 요청하는 목적(requesting purpose)을 마케팅목적, 연구개발목적, 환자케어목적으로 구분하여 미국의 선행연구와 본 연구의 비교가 용이하도록 하였다. 정보제공을 요청하는 주체(requesting stakeholder)는 병원, 제약회사, 정부 이외에 생명보험회사를 추가하여 미국의 선행연구와는 차별화를 꾀하였다. 이는 최근 대한민국에서 4차 산업혁명에 의한 새로운 헬스케어 생태계에서 보험회사의 역할이 부각됨에 따라 대다수의 생명보험회사가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엿보고 있기 때문이다.
3.2 연구가설의 설정
앞서 CPM이론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프라이버시 경계를 가지고 있고, 공개하고자 하는 정보가 가진 리스크의 수준, 미션에 부합되는 정도, 그리고 누구로부터 정보 공개를 요청 받는가 등의 요인에 따라 프라이버시 경계를 달리 적용하게 되어 정보 공개 의도가 달라진다고 하였다(Petronio 2002; Stanton 2003; Stone et al. 1983). 헬스케어 분야에 있어서 공개의 대상이 되는 정보는 개인의 건강정보(Personal Health Information, PHI)가 될 것이다. 그런데, 건강정보들 중에서도 어떤 종류의 건강정보들, 예컨대 유전정보나 정신질환정보와 같은 정보들은 키, 몸무게, 혈압 등과 같은 일반적인 건강정보에 비해 민감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는 잘못 사용될 경우 개인의 직업, 면허 및 사회활동 등에 있어 심각한 문제가 발생될 수 있기 때문에 더 높은 수준의 정보보호를 법에서 요구하고 있다(Beckerman et al. 2008). 따라서 우리는 공개의 대상이 되는 정보가 일반적인 건강정보 인가, 유전정보 또는 정신질환정보인가에 따라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한다.
또한, 정보의 사용 용도에 따라서도 리스크에 대한 지각이 달라지며, 따라서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가 달라질 것이다. 헬스케어에 있어서는 개인의 건강정보를 신규 병원의 개설, 새로운 헬스케어 프로그램의 홍보, 정부의 건강증진 사업 소개, 보험상품의 소개 등 각종 마케팅 활동에 사용할 수도 있고, 신약개발이나 치료법의 개발, 질병통계 및 보험요율 개발 등에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의 건강관리 및 치료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다양한 정보의 요청목적에 따라 사람들은 인지된 이익과 비용을 달리 적용하여 프라이버시 경계를 조정할 것이라고 본다.
4차 산업혁명 하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형성되는 헬스케어 생태계는 기존의 환자와 병원 이외에 제약회사, 정부기관, 전자업체, 통신업체, IT스타트업, 건강관리서비스업체, 보험회사 등 다양한 공급자가 참여하게 된다(Chung et al. 2017). 헬스케어 생태계에 속한 다양한 참여자들에 대해 소비자들은 각각 다른 수준의 신뢰와 우려를 가지고 있을 것이며, 이러한 요인이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의 연구에서는 병원, 제약회사, 정부 및 공공기관, 그리고 생명보험회사가 정보를 요구할 때 개인은 각기 다른 수준의 건강정보 제공의도를 가지게 될 것이라는 가설을 제시한다.
H1 : 정보종류와 요청목적, 요구주체가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미치는 영향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온라인 상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 문제를 다룬 많은 선행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연구에서도 사람들의 프라이버시 침해에 대한 우려는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또한, 자신의 건강정보를 제공하게 될 매체에 대한 신뢰는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한편, 프라이버시 계산이론을 기반으로 한 대다수의 선행연구들은 Privacy Calculus 내의 변수로 리스크와 신뢰라는 두 가지 변수로 구성되어 있지만, 재무정보나 전자상거래정보 등과는 달리 건강정보의 제공에 있어서는 자신의 건강상태로 인한 감정이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선행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으므로 우리는 건강상태로 인한 부정적 감정(negative health emotion)을 Privacy Calculus를 구성하는 변수로 추가하였다.
H2 : 개인정보침해우려는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H3 : 전자매체신뢰는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H4 : 부정적 감정은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우리는 프라이버시 관리 변수들(정보종류, 요청목적, 요구주체)이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침과 동시에 Privacy Calculus의 세 가지 변수와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 사이에 조절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H5 : 정보종류에 따라 개인정보침해우려가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H6 : 정보종류에 따라 전자매체신뢰가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H7 : 정보종류에 따라 부정적 감정이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H8 : 요청목적에 따라 개인정보침해우려가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H9 : 요청목적에 따라 전자매체신뢰가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H10 : 요청목적에 따라 부정적 감정이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H11 : 요구주체에 따라 개인정보침해우려가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H12 : 요구주체에 따라 전자매체신뢰가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H13 : 요구주체에 따라 부정적 감정이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본 연구 모형에 사용된 변수의 조작적 정의는 <표 1>과 같다.
3.3 데이터의 수집
본 연구의 측정항목은 선행연구에서 검증된 측정도구를 바탕으로 본 연구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수정 개발하였다. 우리의 실험 전략은 시나리오 기반 반복 가상실험(scenario-based repeated-measure quasiexperiment)로서 세 가지의 프라이버시 관리 변수들(정보종류, 요청목적, 요구주체)에 따라 응답자의 건강정보 공개의도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Rosenthal and Rosnow, 2008; Anderson and Agarwal, 2011). 건강상태로 인한 부정적 감정은 Bowman et al.이 2006년 연구에서 사용한 15가지 종류의 감정 척도 중에서 4가지 종류의 감정(슬픔, 좌절, 두려움, 불만)을 발췌하여 사용하였다.
우리는 20~60대 성인 남녀 364명을 대상으로 오프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건강상태 따라 건강정보 공개의도가 변화하는지를 살펴보기 위하여 응답자의 28.0%(102명)은 암 또는 심장질환과 같이 중대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군으로 구성하였고, 41.8%는 당뇨, 고혈압등과 같은 질병으로 꾸준한 관리를 요하는 그룹으로 구성하였으며, 나머지 30.2%는 건강한 응답자로 구성하였다.
총 56개의 설문 문항 중에서 현재의 건강상태로 인한 감정을 묻는 7개 문항에 대해서는 선행연구와의 비교를 위해 리커르트 5점 척도로 응답하도록 하였고 나머지 문항들에 대해서는 리커르트 7점 척도로 답하도록 하였다. 이렇게 수집된 설문 결과는 Repeated Measure ANOVA를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4. 실증분석
4.1 요인분석
본 연구에서는 먼저 개인정보침해우려, 저장매체신뢰, 부정적 감정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하여 요인분석 및 신뢰도분석을 실시하였다. 먼저 SPSS 24.0을 이용하여 탐험적 요인분석을 실시하고 요인적재량이 0.7이하인 것과 다른 요인과의 적재량이 0.3 이상인 것을 제거하였다. 요인분석 결과 긍정적 감정인 PosEm3 변수가 요인부하량이 0.575로 제거되었다. 이들 추출된 요인들의 신뢰도를 분석한 결과, 모든 요인의 크론바 알파가 0.739~0.886으로 기준값인 0.5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Nunnlly 1977; Churchill and Peter 1984; Nunnally and Bernstein 1994). 따라서 본 연구에서 사용하는 요인들의 단일차원성은 검증되었다 (Steenkamp and van Trijp 1991). 요인분석의 결과는 <표 2>에 나타나 있다. 본 연구에서는 분석을 위해 평균을 기준으로 높은 그룹과 낮은 그룹으로 나누어서 분석에 사용하였다.
4.2 인구통계분석
본 연구에서 사용된 응답자는 총 364명이다. 응답자의 인구 통계 특성을 분석해 보면 다음의 <표 3>과 같다. 성별은 여자 54.9%로, 연령은 55~64세가 34.1%로 가장 많았으나, 전반적으로 골고루 분포되었다. 교육수준은 고등학교 졸업이 40.7%로, 소득수준은 2,500만원~5,000만원이 37.4%로 많았다. 건강상태는 꾸준한 관리 필요가 41.8%로 많았다. 개인정보침해우려는 낮은 그룹이 50.5%, 전자매체신뢰는 높은 그룹이 54.7%, 부정적 감정은 높은 그룹이 51.9%로 나타났다.
4.3 가설의 검증
본 연구에서는 프라이버시 관리 요인들(정보종류, 요청목적, 요구주체) 및 프라이버시 계산 요인들(개인정보침해 우려, 전자매체신뢰, 부정적 감정)이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미치는 영향력과 프라이버시 관리 변수들(정보종류, 요청목적, 요구주체)이 프라이버시 계산 요인들과 건강정보 제공의도 사이에서의 조절영향을 분석하고자 하였다. 먼저, 프라이버시 관리 요인들이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하기 위해 3(정보종류: 일반정보, 유전정보, 정신질환정보) x 3(요청목적: 마케팅목적, 연구개발목적, 환자케어목적) x 4(요구주체: 병원, 제약회사, 정부·공공기관, 생명보험회사) 삼원 반복측정 분산분석(Three-way Repeated Measures ANOVA)를 실시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총 36개(3x3x4)의 그룹 간 비교로 인해 많은 응답데이터가 필요하게 되기 때문에 반복측정을 통해 데이터의 수를 조정하였다. 또한 반복측정은 동일인을 대상으로 다양한 상황에서 중복선택을 허용하기 때문에 개체(개인)간 변동의 오류를 줄일 수가 있다는 장점이 있다 (Han et al. 2004; Potter and Balthazard 2004).
삼원 반복측정 분산분석결과는 <표 4>와 같다. 구형성가정(sphericity)을 검증하기 위해 모클리의 단위행렬검정(Mauchly’s test)을 실시하였으며, 구형성가정이 성립하지 않아 이를 보정한 그린하우스-가이저 (Greenhouse-Geisser) 방법을 이용하여 검정하였다. 프라이버시 관리 요인들 간의 상호작용효과가 의미가 있는지를 검증한 결과, ‘정보종류×요청목적×요구주체’의 상호작용이 의미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효과크기는 중간으로 나타났다(F(10.565, 3835.994)=4.532, p=0.000, ƞ2=0.012). 특히, 요구주체에 따른 효과크기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요구주체에 따른 차이를 검정하였다.
먼저, 요구주체가 병원일 경우의 결과는 <그림 2>와 같이 나타났다. 일반정보와 환자케어목적일 때 가장 건강정보 제공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면, 연구목적과 마케팅목적일 경우에는 개인정보 제공의도가 비슷한 반면에, 환자케어목적일 경우가 가장 개인정보 제공의도가 높게 나타났다. 특히, 정보종류가 민감(일반정보 > 유전정보 > 정신질환정보)할수록 개인정보 제공의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요청목적에 따라 그 영향력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케어목적일 경우에 비해서 마케팅목적일 경우에는 정신질환정보의 제공의도가 더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환자케어에 대한 목적이 아닌 마케팅목적일 경우에는 병원에 대한 신뢰가 높아도 민감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요구주체가 제약회사일 경우의 결과는 <그림 3>과 같이 나타났다. 일반정보와 환자케어목적일 때 가장 건강정보 제공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병원에 비해 점수는 낮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면, 정보종류와 요청목적에 따라 영향력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정보의 경우에는 마케팅목적과 연구목적에 따라 개인정보제공의도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t=1.325, p=0.186). 반면에 유전정보의 경우에는 환자케어와 연구목적에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t=0.247, p=0.805). 다른 측면에서 해석해보면, 연구목적일 경우에는 일반정보와 유전정보에 대한 차이가 미미하고 환자케어목적일 경우에는 유전정보와 정신질환정보의 차이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약회사가 연구목적으로 사용한다고 요청하면 유전정보도 일반정보처럼 제공하겠다는 것을 의미하며, 특히, 환자케어목적으로 사용한다고 요청하면 정신질환정보까지도 제공할 의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요구주체가 정부·공공기관일 경우의 결과는 <그림 4>와 같이 나타났다. 전체적인 그래프의 모양이 병원 보다는 제약회사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제약회사보다는 개인정보 제공의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Anderson and Agarwal(2011)의 연구에서는 정부·공공기관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제공의도가 제약회사가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정부·공공기관이 제약회사보다 더 높은 결과를 보였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의 경우 헬스케어 밸류체인 내에서 병원과 제약회사의 유사한 역할이 강조되는 반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사회보장 및 복지체계 구축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Anderson and Agarwal 2011; Park 2008).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면, 일반정보의 경우에는 마케팅목적과 연구목적에 따라 개인정보 제공의도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t=0.297, p=0.767). 반면에 유전정보의 경우에는 환자케어와 연구목적에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t=0.286, p=0.627). 제약회사와는 차이가 나는 것은 정신질환정보의 경우에도 마케팅목적과 연구목적에 따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t=1.917, p=0.056). 제약회사와 비슷하게, 연구목적일 경우에는 일반정보와 유전정보에 대한 차이가 미미하고 환자케어목적일 경우에는 유전정보와 정신질환정보의 차이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마케팅목적일 경우에도 유전정보와 정신질환정보의 차이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요구주체와 상대적으로 비교했을 때, 정부·공공기관이 마케팅목적으로 사용한다고 요청해도 정신질환정보까지도 제공할 의도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요구주체가 생명보험회사일 경우의 결과는 <그림 5>와 같이 나타났다. 전체적인 그래프의 모양이 병원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다른 요구주체들에 비해 개인정보 제공의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신질환정보에 대해서는 더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생명보험회사에 대한 개인정보 제공의도가 아주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마케팅목적으로 사용한다고 하면 일반정보도 제공해주지 않으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생명보험회사가 환자케어목적으로 정보를 요청해도 정신질환정보는 제공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프라이버시 계산 요인들과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미치는 영향력과 이러한 관계에서 프라이버시 관리 요인들의 조절효과를 검정하였다. 이를 위해 이원 반복측정 분산분석(Two-way Repeated Measures ANOVA)를 실시하였다. 프라이버시 계산 요인들(개인정보침해우려, 전자매체신뢰, 부정적 감정)은 개체간 효과(between subject effects)로, 프라이버시 관리 요인들(정보종류, 요청목적, 요구주체)은 개체내 효과(within-subject effects)로 구분해서 분석하였다. 이러한 분석결과는 앞의 <표 4>와 같다.
프라이버시 계산 요인들과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한 결과, 개인정보침해우려와 부정적 감정은 건강정보 제공의도와는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F(1, 360)=1.740, p=0.850, ƞ2=0.000; F(1360)=0.021, p=0.886, ƞ2=0.000). 반면, 전자매체신뢰는 건강정보 제공의도와 영향이 있는 것으로 타나났으며, 효과크기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F(1, 360)=2,802, p=0.000, ƞ2=0.138). 전자매체신뢰가 높은 그룹(M=4.489)이 낮은 그룹(M=3.536)에 비해 건강정보 제공의도가 높게 나타났다. 즉, 프라이버시 계산 요인만으로 분석해 본다면 전자매체신뢰만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영향을 주고, 개인정보침해우려와 부정적 감정은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영향은 프라이버시 관리 요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프라이버시 관리 요인에 이러한 관계가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를 검정하였다.
먼저, 정보종류에 따라 영향력이 차이가 있는지를 검정하였다. ‘정보종류×개인정보침해우려’의 상호작용을 검증한 결과, 두 요인 간에는 상호작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F(1.585, 570.452)=0.393, p=0.627, ƞ2=000). ‘정보종류×저장매체신뢰’의 상호작용을 검증한 결과, 두 요인 간에는 상호작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F(1.585, 570.452)=0.075, p=0.888, ƞ2=000). ‘정보종류×부정적 감정’의 상호작용을 검증한 결과, 두 요인 간에는 상호작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F(1.585, 570.452)=0.360, p=0.648, ƞ2=000). 결과적으로 개인정보침해우려, 저장매체 신뢰, 부정적 감정이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미치는 영향력은 정보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미국의 선행연구와 유사한 결과다.
다음으로, 요청목적에 따라 영향력이 차이가 있는지를 검정하였다. ‘요청목적×저장매체신뢰’와 ‘요청목적×부정적 감정’의 상호작용을 검증한 결과, 두 요인 간에는 상호작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F(1.881, 677.053)=0.672, p=0.502, ƞ2=0.002; F(1.881, 677.053)=2.353, p=0.099, ƞ2=0.006). 그러나 ‘요청목적×개인정보침해우려’의 상호작용을 검증한 결과, 두 요인 간에는 상호작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F(1.881, 677.053)=11.533, p=0.000, ƞ2=0.135). 상호작용 결과는 <그림 6>과 같이 나타났으며, 요청목적은 개인정보침해우려가 개인정보 제공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조절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마케팅목적일 경우에는 개인정보침해우려가 높을수록 개인정보 제공의도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t=2.166, p=0.031). 반면에, 연구목적일 경우와 환자케어목적일 경우에는 통계적으로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t=0.306, p=0.760; t=1.502, p=0.134). 이는 연구목적과 환자케어목적으로 정보를 요청할 경우에는 개인정보침해우려와 상관없이 동등하게 정보를 제공하려고 하지만, 마케팅목적으로 정보를 요청할 경우에는 개인정보침해우려가 높을수록 건강정보 제공을 더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다음으로, 요구주체에 따라 영향력이 차이가 있는지를 검정하였다. ‘요구주체×개인정보침해우려’ 및 ‘요구주체×저장매체신뢰’, ‘요청목적×부정적 감정’의 상호작용을 검증한 결과, 모두 상호작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F(2.729, 981.454)=9.795, p=0.000 ƞ2=0.026; F(2.729, 981.454)=4.28, p=0.007 ƞ2=0.012; F(2.729, 981.454)=7.433, p=0.000, ƞ2=0.020).
먼저, ‘요구주체×개인정보침해우려’의 상호작용 결과는 <그림 7>과 같이 나타났으며, 요구주체는 개인정보침해우려가 개인정보 제공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조절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공공기관일 경우에는 개인정보침해우려가 높을수록 개인정보 제공의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t=2.495, p=0.013). 반면에 병원, 제약회사, 생명보험회사는 개인정보침해우려의 높고 낮음에 따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t=1.197, p=0.232; t=1.337, p=0.182; t=0.837 p=0.403). 이는 정부·공공기관에서 정보를 요청할 경우에는 개인정보침해우려가 높을수록 건강정보 제공을 더 제공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부·공공기관에 대한 신뢰가 오히려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요구주체×저장매체신뢰’의 상호작용 결과는 <그림 8>과 같이 나타났으며, 요구주체는 저장매체신뢰가 개인정보 제공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조절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병원, 제약회사, 정부·공공기관, 생명보험회사의 경우 모두 저장매체신뢰가 높을수록 개인정보 제공의도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t=6.487, p=0.000; t=6.921, p=0.000; t=7.324, p=0.000; t=5.107, p=0.000). 특히, 제약회사(M차이=1.07)와 정부·공공기관(M차이=1.14)의 경우에는 병원(M차이=0.84)과 생명보험회사(M차이=0.75)보다 더 높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제약회사와 정부·공공기관에서 정보를 요청할 경우에는 전자매체신뢰가 높을수록 건강정보 제공을 더 제공하려고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요구주체×부정적 감정’의 상호작용 결과는 <그림 9>와 같이 나타났으며, 요구주체는 부정적 감정이 개인정보 제공의도에 미치는 영향에 조절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공공기관일 경우에는 부정적 감정이 높을수록 개인정보 제공의도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t=1.985, p=0.048). 반면에 병원, 제약회사, 생명보험회사는 부정적 감정의 높고 낮음에 따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t=1.496, p=0.135; t=1.093, p=0.275; t=0.856 p=0.392). 이는 정부·공공기관에서 정보를 요청할 경우에는 부정적 감정이 높을수록 건강정보 제공을 덜 제공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개인정보침해우려와는 상반된 결과를 나타낸다. 개인정보침해우려가 높을수록 개인정보 제공의도가 높게 나타난 반면에, 부정적 감정은 높을수록 개인정보 제공의도가 낮게 나타났다. 즉, 감정은 개인적인 심리상태이기 때문에 정부·공공기관에 대한 신뢰와 상관없이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건강상태로 인해 부정적 감정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정보를 병원, 제약회사, 생명보험회사에 제공함으로써 자신의 건강개선을 위해 얻을 수 있는 이익과 자신의 건강상태 노출로 인해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함께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표 5>에는 모든 가설에 대한 결과를 요약하였다.
5. 결 론
본 연구의 목적은 새롭게 형성되는 헬스케어 생태계에서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프라이버시 관리 요인들이 미치는 영향력을 검정하고, 프라이버시 계산 요인들이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미치는 영향력과 이들 관계에서 프라이버시 관리 변수들(정보종류, 요청목적, 요구주체)의 조절영향을 검정하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 설정한 가설을 검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정보종류, 요청목적, 요구주체와 같은 프라이버시 관리 요인들은 모두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다. 개인정보침해우려, 전자매체신뢰, 부정적 감정으로 구성된 프라이버시 계산 요인들 중 전자매체신뢰만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직접적 영향을 주고 있었다. 프라이버시 관리 변수들의 조절영향을 검증한 결과, 정보의 요구주체가 가장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고, 요청목적은 개인정보침해우려와 건강정보 제공의도의 사이에서만 조절효과를 보였으며, 정보종류는 조절변수로서의 영향이 없었다.
우리는 가설 검증의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첫째, 소비자의 건강정보 제공의도는 해당 정보를 누구에게 제공할 것인가 하는 요인에 의해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소비자는 자신이 정보를 제공해야 할 대상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예: 생명보험회사 또는 제약회사)일수록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려는 의도를 강하게 보이고, 병원이나 정부 또는 공공기관과 같은 비영리 조직에는 정보를 제공하려는 의도를 강하게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미국의 선행연구와는 다소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서, 미국의 경우에는 자신의 건강관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되는 병원과 제약회사에 대한 정보제공의도가 정부의 경우보다는 더 높은 결과를 보였다. 이로써, 향후 우리나라가 새로운 패러다임의 헬스케어 산업을 디자인할 때, 개인으로부터 건강정보 수집 및 활용 동의를 받는 경로를 병원 또는 정부·공공기관과 같은 비영리성이 강조된 기관으로 하는 것이 소비자의 적극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둘째, 민감한 정보를 요구할수록 정보제공의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정보의 종류(일반정보, 유전정보, 정신질환정보)는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별다른 영향력이 없었다는 점이다. 비록 우리의 가설과는 다른 결과이긴 하지만, 이는 미국의 선행연구와 유사한 결과이며, 소비자들은 정보의 종류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종류의 건강정보를 민감하게 생각한다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헬스케어 산업에서의 개인정보보호와 관련된 정책 수립 시 좋은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소비자는 모든 종류의 건강정보를 민감하다고 생각하므로, 유전정보나 정신질환 정보와 같이 상대적으로 민감도가 더 높은 건강정보라 하더라도 헬스케어산업에서 굳이 배제하지 않고 활용 가능하며, 정보의 종류에 따라 활용을 제한하는 규제보다는 모든 종류의 건강정보에 대해 충분한 정보보호가 가능하도록 법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건강상태로 인한 부정적 감정이 인간의 의사결정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여러 선행연구와는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상태에 따라 건강정보 제공의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즉, 현재 중증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 또는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이 꾸준한 관리를 요하는 질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특별히 자신의 건강에 관한 정보를 숨기려고 하거나 더 적극적으로 제공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민의 건강증진, 의료비절감 등과 같이 새로운 패러다임의 헬스케어가 우리 사회에 가져다 줄 이익은 상당하므로, 향후 만들어질 헬스케어 생태계에는 건강한 사람 뿐 아니라 지속적인 건강관리가 필요한 사람들과 현재 질병을 가지고 있는 환자들까지도 포함하여 구성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우리의 연구는 보험과 헬스케어, 그리고 정보프라이버시를 융합한 학제 간 연구라는 점에서 학문적으로 가치가 있을 것이다. 즉, 헬스케어 분야에 있어서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프라이버시 관리변수들과 프라이버시 계산변수 및 그들 간의 조절효과를 실증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본 연구는 건강상태별로 다르게 구성된 성인남녀 364명을 대상으로 프라이버시 관리변수들과 프라이버시 계산변수들이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에 미치는 영향 및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하였다. 그러나, 응답자 표본이 크지 않고 서울·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지역적 특성을 통합하여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과, 과거 프라이버시 침해경험·이타심·신뢰성향과 같은 요인은 함께 고려하지는 못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향후 이러한 변수들을 공변인(covariate)으로 하여 이러한 요인에 의한 효과까지도 분석한다면 보다 유용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개인이 이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를 받아들이는데 있어서는 특히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집단의 규범적 가치(subjective norm)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 되는 바 개인의 건강정보 제공의도 모형에 규범적 가치(subjective norm)를 포함한다면 설명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생각되므로 이를 후속 연구과제로 제시하고자 한다.